낭만적 사랑 후

프랑스 문호 스탕달은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사랑은 그저 도취 상태일 뿐이었다.

사랑은 해변가에 서로 마주 앉아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서로에 관한 이야기들, 함께 보러 간 멋진 풍경들, 일정을 끝마치고 서로에게 기대어 집으로 돌아가던 모습들… 함께 보내온 나날들이 작고 고운 모래알이 되어 모래성의 한 부분을 이룬다. 해변가를 거닐다 우연히 만났다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을테고, 때로는 그 모래성이 견고한 벽돌로 이루어진 성이 아니었을까라는 착각도 했었을테다.

하지만 파도가 들이닥쳤고 함께한 추억으로 쌓인 우리의 모래성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무너지는 것을 막아보려해도 모래알들은 손가락 틈 사이사이로 빠져나갔고 물은 계속해서 우리의 성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처음 만난 날의 모래알, 고백하던 날의 모래알, 첫 키스하는 날의 모래알 하나 건지지 못한채 손 놓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동안 우리의 모래성을 보며 도취 상태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어떻게 하면 더 멋드러지게 모래성을 쌓아야 할지에만 눈이 멀어 있었다. 정작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모래성을 쌓던 그녀의 힘듦과 지침, 외로움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말이다.

힘들어할때마다 조금 쉬어갔더라면, 화려하진 않더라도 따뜻함은 품고 있었더라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결말, 우리에겐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에 읽지 않았던 그 결말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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