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경막하 출혈과 황제전원
주로 신경외과에서 보는 질환이지만 같이 뇌를 보는 입장에서 만성 경막하출혈 환자를 가끔 접하게 된다. 만성 경막하출혈은 뇌출혈의 일종이다.
만성 경막하출혈을 한 단어씩 뜯어서보면 먼저 말그대로 ‘출혈’, 피가 난 것이다. ‘경막하’는 쉽게 생각하면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을 뜻한다. ‘만성’은 말마따나 급성이 아닌, 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를 뜻한다.
얼핏 ‘뇌출혈’이라 말할 수도 있긴 하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뇌에 출혈이 낫다기 보다는 뇌와 두개골 사이에 피가 찬 것이다. 어쨌든 두개 내에 출혈이 발생한 것이긴 한 것이니 그 자체로 꽤나 위험한 상태인 것은 맞다. 출혈의 양이 늘면서 좁은 두개내 공간에서 뇌를 한쪽으로 눌러 압박하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이기 때문에 그렇게 상태가 급박하게 위험해진 것은 아닌 것이다.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 전부터 피가 조금씩 새어나왔을 것이고 그게 ‘경막하’라는 공간에 쌓여 ‘만성 경막하출혈’의 상태를 이루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피가 어느 정도 고여있기에 수술적으로 빼주어야 한다. 이 질환을 신경외과에서 보는 이유다. 출혈의 정도가 매우 경미한 경우 지켜보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수술을 하며 burr-hole (버홀) 이라는 수술을 그 치료의 근간으로 한다.
Burr-hole 수술을 쉽게 설명하면 두개골을 뚫는 빨대를 거치하는 수술이다. 빨대를 통해 피를 나오게 하는 것이다. 수술이라고 하면, 특히나 뇌 수술이라고 한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위험한 것,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수술은 그렇지 않다. 국소마취로 30분-1시간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흔하게 이야기하는 맹장 수술보다 훨씬 짧고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을 하는 의사도 반드시 교수인 것은 실상 아니다. 교수의 지도 감독 하 임상강사, 때로는 전공의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수술이 이 burr-hole 수술이다. 중요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복잡한 수술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을 와서 할만큼의 수술은 더더욱이 아니다.
충청도 지역에 기하급수적인 의대 정원이 배정되었다. 충북도지사는 충북대학교가 당초 예정된 200명에 미치지 못한 정원을 적어내자 의대를 신설해서라도 의대 정원을 따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 정원이 가히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의대 증원은 절대로 지역의료를 살리는 정책이 아니다. 외래 초진 예약도 잘 되지 않는 이 ‘의료대란’ 속에서, 단순히 본인이 원해서 전원을 했단 사실은 모두가 분개해야 마땅하다. 겉으로는 국민들에게 ‘지역병원 찾아줘서 고맙다, 양보해주어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정부 고위 공무원은 충남에서 서울행을 택한 것이다. 표리부동, 내로남불의 정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