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과 의료의 수요공급
대한민국에서의 ‘의사 수’는 언제나 정치적 이슈와 연관되어 있다. 이유는 꽤나 단순하다. 의사가 연봉이 높은 직업이며 사회적 지위가 꽤 있기 때문이라. 그 수를 늘려서 의사를 더 흔하게(발에 치이게) 만들고 싶은 것이 “비(非)의사”들의 심리일 것이고, 그 심리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 혹은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단지, AI를 꽤나 가까이서 활용하는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적게 되었다(주변의 누군가가 이와 관련한 물음을 던져서 그렇기도 하다).
2026년 1월 24일 현재 시점에서 논문을 좀 찾아보니(겁나 대충) AI가 physician을 replace하기 보다는 assist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류이다. 의사를 대체하여 ‘필요한 의사 수’를 줄인다기 보다는 의사를 도와주어 의사의 ‘진료 역량’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고작 2-3년 전의 논문이지만 AI 발전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2-3년은 이미 오래 전이다. 특히 2025년 11월과 12월, Gemini 3.0과 GPT-5.2가 공개된 이후로는 매일매일이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Gemini 3.0과 GPT-5.2는 LLM의 완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대중에게 공개된 모델을 보면서 ‘더할 나위 없다’라고 느끼고 있는데 Google과 OpenAI 회사 내부에서 테스트 중인 다음 모델은 정말 ‘끝판왕’ 모델일 것이라 추측한다.
의료는 굉장히 체계적이고 잘 구조화된 지식으로 이루어져있다. LLM이 학습하기에는 아주 맛있는 먹이감이며, 지식을 갖춘 LLM은 진단 및 예후 예측 등의 영역에서 ‘일반적인 의사’의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약 선택 등의 의사 결정까지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Specialized physician(이후 SP), 결국 의사 중 ‘큰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수술하는 의사 혹은 부작용을 수반하는 약에 책임을 지고 manage할 수 있는 의사)만 남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개인적으로 수술을 AI 의사가 대체할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봐도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General physician(이후 GP), 즉 비교적 ‘가벼운 질환’의 경우 AI 의사를 통해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유타주에서는 AI 의사에게 진료를 보고 처방전까지 발급받는 시스템이 스멀스멀 도입중이다(일부이긴 하지만).
- 미국 유타주, AI 처방전 발급 허용… 의사 없어도 약 받는다 https://aimatters.co.kr/news-report/ai-news/35938/
AI로 인해 의료 수요가 늘 가능성도 꽤나 농후하긴 하다. ‘AI 의사’와의 대화로 인해 과거였으면 몰랐을 질병을 일찍 발견하거나 인지하여 의사가 개입하는 시기 자체가 빨라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고령화 등의 이유로 인해 의료 수요는 AI가 아니어도 증가할 것이긴 하다.
어찌됐든 간에, 아직까지 작년 11-12월에 나온 새로운 AI 모델을 바탕으로 하여 AI와 의료의 수요공급을 예측한 연구는 없어보인다(내가 못 찾았을 수도). 대신 의사와 비교한 연구는 꽤 있다. 2025년 8월 GPT-5는 이미 USMLE에서 의사들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연구가 나왔고(2024년 11월의 GPT-4는 의사와 ‘비슷하다’ 정도였음), 2025년 11월 Gemini 3.0 Pro가 영상의학과 전공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AI의 발전은 느려지기보단 점점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의 GP 역할은 AI 의사가 replace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반면, AI의 assist로 인해 SP의 역할은 더 강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SP들이 GP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0년 조사에서, 우리나의 의사 직역별 비율은 봉직의(34.9%), 개원의(21.0%), 교수(14.0%), 전공의(12.6%) 순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이 중 개원의와 봉직의 상당수가 GP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즉, 전체 의사의 절반 이상이 AI 대체 가능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의사 수요 예측 모델은 AI 변수를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모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의사 결정이 느린 거대 조직이다 보니 (당연히) 1년 전의 AI 모델을 기준으로 할텐데 반복하여 말했듯 AI 발전 속도는 따라잡을 수준이 아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GP 역할의 상당 부분이 AI로 대체될 경우,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의사’에 대한 수요는 예측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이슈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마 ‘의사 수’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 늘린 수의 의사들이 졸업하기도 전에 ‘의사 수’는 공급 과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