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epilepticus 뇌전증지속상태 – 임상증상 또는 뇌파검사에서 나타나는 뇌전증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기저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반복되는 상태

– 2012년 미국신경집중치료학회 진료지침

이전에 CJD 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진단과 동시에 사망 선고와 다를 바 없는, 현재로서는 질병을 가역적으로 만들 수 있는 혹은 생존률을 높여줄 수 있는 어떠한 치료도 없는 병에 관한 이야기였다.

최근까지 한 ‘뇌전증지속상태’ 환자가 있었다. 뇌전증지속상태 환자를 심심찮게 보기는 하다만 이 환자는 2개월 내내 뇌전증발작이 지속되는 상태였다. 물론 뇌전증 치료 수준의 강도를 높이면 뇌전증발작이 멈추기는 했다만 약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여지없이 뇌전증지속상태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교수님이 하시는 거듭 언급하는 말 중 하나가 ‘경련 잡다 사람 잡는다’ 이다. 높은 강도의 치료를 이어나가면 뇌전증발작은 멈추었다만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간, 콩팥,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자고 치료 수준을 낮추자니 눈앞에서 뇌전증발작이 지속되는 걸 신경과 의사로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뇌전증발작을 분류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지만 눈에 보이냐 그렇지 않느냐로도 나눌 수 있다. 통상적으로 손과 발을 덜덜 떠는 류의 모습을 생각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은 뇌전증발작도 적지 않다. 환자가 손과 발을 떨며 뇌전증발작을 일으킨다면 경련발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만 겉으로 저명한 운동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뇌전증발작도 있고 이 경우 비경련발작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뇌파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뇌전증발작이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 이 환자는 전자에 속했다. 굳이 뇌파를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가 다 환자가 뇌전증발작이 지속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개월 가량 이어지는 뇌전증지속상태에 대해 의학적인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항경련제 뿐만 아니라 정맥마취제, 흡입마취제, 면역치료, 전기경련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하지만 결국 뇌전증발작을 잡을 수 없었다. 원인 검사도 수차례 하였지만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뇌척수액 검사, 정밀 MRI 검사, 핵의학 검사, 온갖 피검사 등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가능한 모든 검사를 다 했으나 원인조차 찾지 못하였다. 건강한 중년 남성이었고 기저력은 1주 전 발생한 코로나 감염 밖에 없었다.

교수님께서도 수십년 신경과 의사로서 일해온 동안 손에 꼽을 만한 경우라고 하셨다. 늘 언제나 해답을 제시해주시던 교수님이셨지만 끝끝내 답을 찾지 못하였고 환자는 결국 가족들 품에서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보호자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 치료는 고사하고 원인조차 찾지 못했기에 마지막 2주는 무기력함이 가득했다.

카테고리: Med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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