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후기

자교 병원도 비슷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소아과도 인턴에게는 비교적 편한 스케줄 중 하나이다. 환자가 적다거나 질병이 경하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전공의로서의 삶은 결코 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턴에게는 그렇게 일이 많지 않다. 우리 병원 소아과는 인턴이 여러 파트로 나뉘어서 일한다. 소아중환자실(PICU, 인턴들 사이에서는 그냥 피쿠라고 부른다), 신생아중환자실(NICU, 여기는 니쿠), 그리고 각 더보기…

산부인과 후기

나의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어 글을 자꾸만 쓰게 된다. 부족한 글솜씨이지만 꾸준히 봐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11월 한달동안 산부인과를 돌았다. 산부인과 도는 내내 하루하루 카운팅을 하며 지냈다. 그만큼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서울 산부인과는 대부분의 인턴이 돌게 되는 턴이다. 산부인과는 내과, 외과, 소아과와 더불어 필수턴 중 하나이기 더보기…

소화기내과 후기

지난달 소화기내과를 돌았다. 지지난 달 호흡기내과에 이어 두달째 내과를 돈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나왔듯이 호흡기내과에서는 주치의로서 의사와 다름없는(?) 일을 했다면 이번달에는 8월달 응급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철저하게 인턴이 해야할 일을 하였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GI)는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된다. GI a, b, c라 칭하는데 각각 간, 담췌, 위장관 파트를 뜻한다(내 기억이 맞다면 말이지). 더보기…

가시

장미 같은 사람 사람과 가까워진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이기만 할까. 푹신한 소파 같아 자꾸만 그 사람의 테두리 속에 파묻히고만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장미의 가시 같아 그 사람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자꾸만 두려워지는 사람이 있다. 가까워지지도 못하는, 멀어지기는 더욱 싫은 이 상황에서 나는 어찌해야할까. 나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다가가는 것이 더보기…

서울 호흡기내과 (feat. 나쁜 소식 전하기)

의사국가고시 실기항목 중 나쁜소식 전하기라는게 있다. 흉통, 호흡곤란 등 면담 및 진찰을 통해 질병을 찾아내어 진단 및 치료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인 다른 항목들과는 달리 위 항목은 말그대로 상담을 통해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나쁜 소식"은 무엇인가 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암이다. 표준화 환자에게 환자가 더보기…

8월 서울 응급 (1)

5, 6월 홍천 그리고 7월 강릉 신경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3개월 간이 지방 파견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니 꽤나 감회가 남달랐다. 서울아산병원이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그 규모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홍천과 강릉에서 참다운 의사생활(?)을 했다. 나의 업무는 대개 술기보다는 판단과 결정이었다. 100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내가 더보기…

강릉 신경과 주치의 02

강릉 신경과 주치의 02 강릉 신경과 끝 – 서울 복귀 강릉 신경과가 끝났다. 이전 게시글을 보니 첫 두주가 참 처참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약이 뭔 약인지도 모르고, 이 환자가 어떤 환자인지도 모르고, 심지어 EMR도 못다루고 말이다. 나름 성의를 다해서 인계를 해주고 오긴 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런지는 모르겠다. 매번 느끼는 더보기…

강릉 신경과 주치의 01

강릉 신경과 주치의 01 강릉에 와서 주치의를 하고 있다. 그토록 바라던 신경과였고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되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첫주는 너무 힘든 한주였다. 전날 1시간여 동안 인계 뚝딱 받고 당직이라는 정글에 내던져졌다. 근무 시작 2시간 만에 stroke 환자 왔다고 ER에서 연락이 왔고 입원을 하였다. 그렇게 이어진 응급실 총 7번의 응급실 콜은 더보기…

홍천에서 강릉으로

홍천에서 강릉으로 보어(Neils Bohr)와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라고 하는 세계적인 두 과학자가 덴마크에 있는 크론베르크성을 방문하였다. 성을 둘러보던 중 보어가 하이젠베르크에게 말했다. “박사님! 햄릿이 이 성에 살았다고 상상하자마자 성이 달라져 보이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과학자인 우리는 이 성이 돌로 지어졌다는 것과 건축가의 기술과 공간배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런데 이 성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더보기…

홍천아산병원 파견 03

홍천 03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니 쉽게 멈추지가 않는다. 5, 6년 전 한창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사그라든 줄로만 알았던 글쓰는 습관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근무하면서도 계속해서 글 소재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단어를 되뇌이는 걸 보니 한동안 꾸준하게 글을 쓸 것 같다. 1.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Pulmonary embolism) 최근 겪은 몇몇 더보기…